카카오미니에 바라는 작은 움직임.

2018. 3. 28. 00:23blog/note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다양한 로봇제품에 관심이 많습니다.

대부분 이러한 로봇 제품들은 무선 조종이라는 기능이 동반되지만, 단지 움직인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기대감에 동반되었던 흥미로움은 사라집니다.

집안에 밀봉된 하나의 박스가 추가될 뿐입니다.


카카오미니를 처음 본 것은 지인의 사무실입니다.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한 디자인이 좋았습니다.

대부분 소통이라는 기능이 전제된 디지털 제품의 디자인은 간결합니다.

아마도 유형의 이미지가 존재하지 않는 감정적 표현은 빛과 같은 간결한 덩어리 형태로 조형화될 때 가장 따듯한 감성적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 같습니다.


신문물을 접한 나에게 지인은 제품을 소개해줍니다. (아니 자신의 공간에 함께 거주하는 친구를 소개해줍니다.)

애정이 듬뿍 실린 목소리로 카카오미니를 부릅니다.

그의 지나친 친절함에 ‘그렇게 친절하게 부르지 않으면 답변하지 않는 거야?’ 비꼬듯 묻고 싶었지만 참아봅니다.

그가 만족하는 만큼의 리액션을 내가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일까, 그는 내가 이 제품을 함께 구매하길 원하는 것처럼(판매자처럼) 보다 적극적으로 다양한 기능을 시연해봅니다.


카카오미니.

휴대전화에서 경험했던 음성커뮤니케이션 기능을 독립된 하드웨어에 실현시킨 제품이라 여겨졌습니다.

한 가지 특별한 점은 휴대전화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예전 로봇 강아지를 마주했을 때 느낌처럼) 마치 하나의 생명체와 같은 감성을 검은색 큐브(카카오미니)에서 느꼈다는 점입니다.

(AI 기술에 디자인을 입히면 이러한 결과를 만날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이 제품을 경험하면서 가장 가치 있었던 것은 제품의 아쉬움에서 영감을 받을 수 있었다는 부분입니다.






카카오미니를 경험하면서 느낀 아쉬움에 떠오른 건, 타카라토미의 어린이용 대화로봇 마이룸로비였습니다.

(http://www.takaratomy.co.jp/products/omnibot/myroom_robi/)

IOT 기반에 책상위에서 상체의 작은 움직임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입력된 대화가 가능한 로봇입니다.


마이룸로비에서 느낀 아쉬움을 채울 수 있는 부분이 카카오미니에 있었고,

카카오미니에서 느낀 아쉬움을 채울 수 있는 부분이 마이룸로비에 있었습니다.


태양열로 생성되는 작은 에너지로 머리를 흔드는 노호혼처럼,

카카오미니에 작은 움직임이 추가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로봇청소기처럼 소음을 내며 방안을 휘젓고 다니는 로봇도 필요 없고,

블루투스를 이용해 명령을 입력하고 수행하는 로봇은 더욱더 필요 없습니다.


단지

나의 공간에서

나를 방해하지 않으며

나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고

나의 요구를 실현시켜줄 수 있는

친구


카카오미니가 단어에 실린 의미를 이해하고, 

음악에 담긴 감정을 몸으로 작게나마 표현해준다면 어떨까요?


분리되고 단절되어 가는 사회. 

외로움이 마케팅의 주안점으로 주목받는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단절된 외로움의 틈 사이에서 서로를 이어주는 카카오미니는 가치 있는 기술, 의미 있는 제품이라 생각합니다.


카카오미니, 작은 움직임의 실현!

나를 이해하고 나를 세상 밖으로 안내할 내방안의 가장 완벽한 친구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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