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1-31 10:56:13,

 

what's up 헤이리페스티벌2003
조금 이르지만, 성급하지 않길 바라며
글/Dunpeel 기자 사진/정대웅 기자

자유로를 타고 잘 달리다 좌회전 한번 한 것뿐인데, 범상치 않은 동네에 발을 디뎠다. 방향성을 잃은 불안감에 헤이리아트벨리의 지도를 펼쳐 현재 위치를 확인하니, 후문이라 할 수 있는 제3진입로에 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정문인 제 2진입로를 향해 아트벨리를 가로질러 차를 몰았다. '코스시험장 같은 길, 빠짐없이 보고 싶은 욕심, 미완성된 모습에 대한 의구심, 두 다리가 꽤나 고생하겠다는 걱정' 별의별 생각으로 궁시렁대다 이윽고 정문에 도착하였다. 조금은 높은 곳에 올라가 주변을 살펴보니 온갖 잡생각은 사라지고 떠오르는 건 일단 하나다. "15만평이 넓긴 넓구나!"

 

 

 

휴일에 실수로 학교 간 기분
지난 10월 3일부터 19일까지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에 위치한 헤이리아트벨리에서 '자연과 예술(Nature & Arts)'을 주제로 한 문화예술행사 「헤이리페스티벌2003」이 열렸다. 1년 전 성곡미술관에서 도면과 모형을 통해 선보인 맛배기가 실현되어 일반에게 공개하는 첫 행사였다. 키워온 기대감을 두 눈으로 확인하는 것처럼 두근대는 설레임이 또 있을까? 멀지 않은 길이 더욱 더 짧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렇게 부푼 가슴은 오버였다. 도착하여 본 「헤이리페스티벌」의 첫 인상은 그리 좋지 않다. 그것은 마치 개발현장을 답사하러 온 느낌이었다.
공사중 표시판, 보호팻말과 안전선, 포장된 도로와 비포장된 도로, 여기저기 튀어나온 철골 등, 된 공사보다 안된 공사가 더 많았다. 막말로 '무슨 생각으로 벌써 뚜껑을 땋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현장이었다. 물샐 틈 없는 꼼꼼한 계획 속에 추진된 헤이리아트벨리가 이런 오점을 보이면서까지 무리하게 진행한 이유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복합형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아 나갈 헤이리아트벨리가 고약한 첫인상을 남기기 위해 일부러 애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정문의 무덤덤한 자원봉사자를 통해 행사 관계자와 만나 헤이리아트벨리 투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워낙 넓은 장소에서 열린 행사이기에 멀리서 바라볼 땐 몰랐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의외로 많은 관람객이 찾아와 있었다. 그 중 대부분은 학생들이었다. 그들은 디지털 카메라로 연신 찍고, 노트에 무언가 써내려 가는데 열심이었는데, 그럴 만도 한 것이 비록 미완의 모습이기는 하나 입주하여 진행되고 있는 건물들은 오늘날 현대건축의 교과서이고, 지난 후엔 21세기의 건축이 담긴 역사적 공간으로 자리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그들이 이곳을 찾아온 이유는 충분하고, 페스티벌도 그들의 동기에 대한 답변을 해주고 있다고 봐야겠다. 그러나 공부하려는 이유만으로 「헤이리페스티벌」에 온 사람만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빡빡한 시간 속에 문화체험을 하고자하는 동기를 갖고 차편을 통해 애써 찾아온 이들도 있겠다. 그들이 비록 소수일지라도 헤이리아트벨리의 성장의 열쇠를 쥔 사람들인데, 그들에게 골치 아픈 건축과 현대미술 강의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적지 않게 걱정되었다.
그렇다고 「헤이리아트페스티벌2003」이 드러나 있는 문제만을 보여준 행사는 아니었다. 널 부러진 공사판 현장, 가족단위의 자유로운 관람 방법으론 도통 이해하기 어려운 단점을 접고 본다면, 이번 페스티벌의 주제 '자연과 예술'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헤이리, 인간과 자연이 함께 키워나간다
'자연과 예술!' 참 흔하디흔한 주제다. 올해만도 이 주제로 수많은 페스티벌과 전시 공연이 열렸다. 그리고 그러하면서도 희한 한 것이 꾸준히도 다른 접근 방법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인간이 자연에 다가가는 방법은 인간이 자연에게 얻은 혜택만큼이나 많은 가 보다. 그럼 「헤이리페스티벌」이 보여준 자연으로의 접근은 무엇인가? 그것은 상징적인 볼거리를 찾아 기웃거린 이는 볼 수 없다. 곳곳에 펼쳐진 행사를 보기위해 발품을 팔며 헤이리아트벨리를 나다닌 이나 우연히 만날 수 있다.
헤이리페스티벌의 '자연과 예술'을 만나기 위한 시작은 헤이리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커뮤니티 하우스에서 시작된다. 이곳엔 헤이리에 실제 구현되고 있는 건축물(30~40동)의 모형이 전시 되 있는데, 시간대만 맞춰 온다면 세미나를 통해 헤이리아트벨리의 자연에 대한 접근법을 보다 빨리 이해 할 수 있다. 이해를 하고 본격적인 투어를 시작하는 것과 무작정 발품을 파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시작부터 벌어진 갭을 좁히기는 쉽지 않으니 되도록이면 페스티벌의 일정을 확인하고 시간대를 맞춰 와야겠다. 세미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공간 속에서 건축물을 바라 볼 수 있는 넓은 시각이다. 어느 정도 자리 잡은 모습이 아닌 진행단계에서 이뤄진 페스티벌이기에 그 시각의 있고 없고 차이는 크다. 헤이리아트벨리를 단순한 '서울근교의 페스티벌 무대냐? 문화예술을 키워나갈 새로운 개념의 도시냐'로 구분 짓고 바라보게 만드는 중요한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그 시각을 가짐으로 해서 헤이리아트벨리와 자연간의 관계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세미나의 내용만으로 헤이리페스티벌이 말하고자 하는 '자연과 예술'을 받아들일 순 없다. 세미나는 어디까지나 '이런 식으로 진행하겠다'는 내일의 약속일 뿐이기 때문이다. 직접 관객의 입장으로서 헤이리 안에서 찾아 이해할 수 있는 '자연과 예술의 어우러짐'이 없다면 헤이리페스티벌이 아닌 헤이리세미나일 뿐이다. 커뮤니티 하우스를 나와 '그것'을 찾기 위한 여행을 시작했다. 관람이라고 하기에 너무나 넓어 여행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그리고 마침내 그 여정 끝에 '풍경속의 미술전'이 열리고 있는 갈대광장에서 '그것'을 만나게 되었다. 만남은 발견이었다. 잠시 지친 다리를 달랠 겸 찾은 갈대광장에서 들린 맑은 종소리가 그 시작이다.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보니 방금 지나쳐온 곳이었다. '무슨 소리 일까?' 누군가의 장신구가 부딪히는 소리겠거니 하면서 온 길로 되돌아 걸어갔다. 그리고 늪지를 가로 짓는 다리 위에서 바람이 흔들어 맑은 소리를 내는 종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무심결에 지나치며 보지 못한 재미가 있었구나'라고 생각하며 좀더 가까이 다가가던 중 또 하나의 발견을 하게 된다. 다리 난간에 길게 연속적으로 금속 파이프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다. 소리가 궁금하여 살짝 튕겨보니 맑은 실로폰 소리가 울려 퍼진다.
너무 재미있어 다리 끝에서 끝까지 뛰어가면 파이프를 흩어보았다. 마침 다리 위를 지나가던 관람객들도 자연스럽게 파이프를 흩으며 웃음 짓는다. '어디 또 뭐가 없을까?' 주변을 돌며 이것저것 살펴보다 잠시 전까지 지친 두 다리를 달래기 위해 걸쳐 않은 바위가 콘크리트로 만든 인공의 바위임을 알게 되었다. 또한 이러한 작품들이 페스티벌에 맞춰 기획 설치된 작품들이 아닌 문화단지 조성의 설계단계부터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조형물들임을 알게 되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만들어진 인위적 건축물 안에 미술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갈대밭에서 늪지 위를 붉게 물들인 노을과 저녁바람에 흔들리는 맑은 소리를 들으며 자리를 일어났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그토록 밝고 지나간 인도의 보도블록 틈 사이로 숨 쉬는 흙을 볼 수 있었고, 먼 길을 짧게 만든 안규철의 '생각의 화두' 또한 만날 수 있었다. 헤이리페스티벌에서의 자연과 예술은 어우러짐에서 끝나지 않았다. 어우러져 함께 자연이 되어가고 있었다. 물론 지금은 단지 설치 조형물이겠지만, 기나긴 시간 그 자리에서 주변의 수목과 자연의 변화를 함께 한다면, 자연의 때가 묻어 빛이 나는 문화와 자연과 인간을 잊는 미술로 자리 할 것이다.

 

 

 

초심을 잃지 않고 자라나길 바라며
헤이리아트벨리는 '영국의 헤이 온 와이Hey on Wye와 같은 책 마을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아래 몇몇 출판인들에 의해 기획되었다.(참고로 '헤이리'라는 명칭은 파주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전통농요 '헤이리 소리'에 연원을 두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뛰어난 건축기술과 재력만으론 재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헤이 온 와이'가 책의 마을로 발걸음 한 것은 20세기 중반 이다. 그렇다고 50년도 되지 않는 역사 속에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자리 잡았다고 말 하는 사람은 없다. 그 바탕엔 천년의 시간동안 자연에 의해 만들어진 도시가 바탕에 있기 때문이다.

헤이리페스티벌을 통해 선보인 헤이리 역시도 복합형문화공간으로 천년 이상의 내일을 바라 본 문화도시를 만들어 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 계획이 꼭 지켜지길 바란다.

수개월 만에 찾아오니 동네가 새롭고, 수년이면 강산도 파헤쳐 본모습이 기억나지 않는, 무엇하나 오래 된 것 지켜보지 못하는 안달난 이 땅에 살고 있기 때문인가? 정착하여 자연을 받아들이며 성장을 꿈꾸는 헤이리가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낡아 자연스럽게 때가 묻어 빛바랜 아름다움이 담긴 것이 너무나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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