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살던 역삼동, 자주 가던 중국집에 오랜만에 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갔지만 아무도 반겨주지 않습니다.

실내등이 반이상 꺼진 어둡고 차가운 실내.

2층 홀로 올라가는 계단에 쌇인 잡다한 물품들.

관리가 되지 않아 빛을 잃은 인테리어와 테이블.

공장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주방과 알림음 소리.

가게 주인이 바뀐 걸까?

 

주문을 하고자 사람을 부르니, 중년 여성분이 나옵니다.

많이 달라진 모습이지만, 내가 알던 사장님입니다.

인사를 했지만 알아보진 못하고, 퉁명스럽게 주문을 받고 다시 주방으로 향합니다.

 

부유하면서도 깔끔한 이미지로 항상 옷과 화장에 신경 쓰시고 환한 모습으로 손님을 응대해주셨던 사장님.

누빔 바지에 츄리닝 상의를 입고, 지친 무표정으로 주문을 받고, 음식을 랩으로 싸고 봉투에 담습니다.

계산은 선불, 음식과 함께 알아서 드시고 조용히 나가주세요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마치 공연이 끝난 객석에 홀로 앉아 짬뽕을 먹는 기분.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무엇이 더 좋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카우터에 내려진 스위치를 켜면, 

홀을 가득 채우던 색과 빛, 손님들의 소음, 항상 웃으시며 바쁘게 홀과 주방을 누비던 사장님이 있던 8년 전으로 돌아가지 않을까라고,

지브리스런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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