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術世界 2003. 9) 홍대 앞 미술시장의 현주소

2013. 5. 4. 23:38blog/art+

2003-11-05 21:08:11

 

美術世界 9월 what's up 1
프리마켓과 희망시장은 꼭 필요합니다.
글_Dunpeel

 

 

 


"취재를 하는 것은 좋지만, 프리마켓이 무엇인지는 확실히 알고 나서 취재를 했으면 좋겠네요." - 지난 7월 프리마켓과 희망시장을 취재하기 위해 취재요청을 하던 중, 프리마켓 운영진 펑키걸혜원에게 들은 말이다. 그것은 경고였다. 만약 "프리마켓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았다면 보고 주워들은 내용을 짜깁기하여 자신 없는 답변이라도 했으련만….


프리마켓과 희망시장 운영자를 인터뷰 하면서 그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이 있으니 그것은 '그들의 모토(motto)'다. '일상 속에 뛰어든 예술시장'을 정착시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쏟아 부은 프리마켓과 희망시장이 잘못 전달되는 것은 결코 보지 못한다는 입장을 강조하였다. 예술시장은 초기부터 매스컴의 단골 메뉴가 되어 현재까지 수차례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보도 중에는 이들 시장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전달된 기사도 있었지만, 단순히 볼거리가 많은 벼룩시장으로 비춰진 기사 또한 상당 수였다. 이러한 오보는 그들에게 치명적이었다. 단발적인 문화행사로 주목 받던 예술시장을 꾸준히 유치하여 국내에 자리매김하는 것은 보다 폭 넓은 문화시장 형성의 초석이 되기에 단지 눈에 띄는 벼룩시장으로 오인 받는 기사는 안나감만 못하기 때문이다. 프리마켓의 펑키걸혜원의 '프리마켓을 알고 취재해라' 역시 이를 경계한 단호한 경고였다.


그럼 신문화 '노천 갤러리'를 형성한 프리마켓과 희망시장은 무엇인가? 프리마켓의 김영등 대표는 홍대신촌문화포럼에서 선보인 놀이터프로젝트 일환인 'Artist 벼룩시장'의 맥을 이어온 '예술시장'이라 말한다. 2002년 월드컵문화행사로 준비될 때부터 프리마켓은 행사 이후에도 홍대 앞 문화프로그램으로 지속될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문화행사로 예술시장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프리마켓은 2002년 6월 8일 홍대 앞 놀이터에서 기존의 작가 23팀과 일반인 17팀으로 출발하여, 현재 총 110팀이 자신만의 색이 담긴 독창적인 창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희망시장에 대한 내용은 희망시장홈페이지 '희망시장 안내'에 들어가면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 2002년 3월 홍대주변을 배경으로 활동하는 젊은 미술인들이 단발적인 예술시장을 정기적인 시장운영 목적으로 기획하여 2002년 5월 12일부터 시작했다. 토요일의 프리마켓과 일요일의 희망시장의 풍경만으론 두 시장은 쉽게 구분되지 않지만, 두 시장의 각기 다른 특성을 안다면 차이점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모습 또한 엿 볼 수 있다. 현재 프리마켓은 독립된 단체가 아니다. 아직까지도 홍대신촌문화포럼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른 행사부분이 외부의 지원 없이는 이뤄지기 어려운 까닭에 자체적으로 운영이 가능한 프리마켓만이 발전된 것이다. 이에 비해 희망시장은 독립된 단체로, 현재 다양한 실험무대를 선보이고 있으나 모든 행사의 뿌리는 희망시장의 열린 예술시장에 있다. 현재 같은 토양에서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라 두 시장의 모양새가 크게 차이는 없으나, 과실을 맺을 단계까지 자라났을 때, 두 단체는 계획하는 일을 추진하며 점차 다른 성격의 두 단체로 자리 잡을 것이다. 그러나 두 단체가 각기 다른 길을 걷더라도 변할 수 없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단발적인 생활 속 문화가 아닌, 생활과 늘 함께하는 문화로 자리한다는 것이다.


흔들리지 않는 정체성으로 위기를 넘기고


프리마켓과 희망시장은 현재 구청과 주변 노점상들과의 마찰로 해결점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꾸준히 지속되어 온 이 문제는 두 단체가 시작할 때부터 예상했던 문제이다. 프리마켓의 김영등 대료는 프리마켓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에 앞서 ꡐ홍대신촌문화포럼의 진행으로 지속적인 운영이 될지도 모르겠다ꡑ는 말을 남겼다. 홍대신촌문화포럼이 월드컵 행사의 일환으로 놀이터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부터 구청과 주변 상인들에 대한 문제는 예상되었던 것이다. 다행히 월드컵 기간에는 원활한 행사진행을 위해 마포구청이 긍정적인 자세를 보였으나 행사가 끝난 후, 혹시가 역시로 다가왔다. '주말마다 놀이터에 돈벌이를 위한 노점상이 판을 친다', '행사가 끝난 후 놀이터는 쓰레기장이다', '놀이터의 주인은 누구냐?' 등 다양한 민원에 마포구청이 술렁이기 시작한 것이다. 프리마켓 홈페이지에 김영등 대표가 2003년 5월 9일 쓴 '[공지]프리마켓 합법화와 관련한 중간보고와 내일 프리마켓'를 보면 민원으로 인한 프리마켓의 불투명한 내일을 볼 수 있다. '구청의 지역경제과와 문화체육과는 프리마켓이 바람직한 문화행사로 꾸준하게 진행되어온 만큼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공원녹지과는 공원성격과 민원등을 이유로 폐쇄를 원하고 있고, 아직 구청안에서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중략)… 구청장님이 어떤 판단을 내리실지 알수 없지만 만약 공원녹지과 입장대로 프리마켓을 폐쇄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면 우리는 지난 며칠 동안 해왔듯이 구청 담당자들과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려워지는 만큼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프리마켓을 계속 열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중략)… 상황이 어려워지면 어려워질수록 우리 스스로 확실한 정체성을 만드는 게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당시 이러한 상황은 놀이터 주변 노점상 문제와 놀이터 시설물 문제, 쓰레기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하고,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주기 위해 참가자 규모를 150팀에서 120팀으로 줄이면서 원만한 해결을 보았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유지를 위한 일시적인 조치였을 뿐이다. 쓰레기 문제를 비롯한 놀이터 시설문제는 프리마켓과 희망시장 양측이 자체적인 운동으로 해결을 한다고 해도, 노점상이라 치부하며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식변화와 주변노점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단시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프리마켓과 희망시장 양측의 운영자와 인터뷰를 나누면서 흥미로운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놀이터 주변에서 활동하는 '로드마켓'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둘 다 양미간에 작게나마 떨림을 보인다는 것이다. '두 시장이 노점상이다' 말하는 민원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유럽에서나 볼 수 있던 예술시장이 생겨 처음엔 너무 좋았으나 점점 노점상과 같이 번져 갈수록 놀이터를 어지럽히며 망가져간다'는 내용이다. 확인하여 보니 두 시장에 일반 노점상과 같이 대량생산품을 판매하거나 상술로 떠들썩한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열리고 있는 '로드마켓'의 좌판에선 문제시 되는 부분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자체적으로 엄격한 심사기준을 가진 두 시장이기에 민원의 내용은 로드마켓을 프리마켓과 희망시장으로 오해한 내용이라 하겠다. 홍대 앞 놀이터에서 열리는 시장은 크게 네 가지 로 나뉜다. 초기에 간간히 자리하고 있던 노점들, 2002년 6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며 놀이터의 예술시장으로 자리 잡은 양대 산맥 프리마켓과 희망시장, 그리고 갑작스러운 등장과 함께 빠르게 성장해 나가는 로드마켓이다. 프리마켓과 희망시장이 문제로 지적하는 로드마켓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로드마켓 홈페이지의 게시물을 훑어보았다. 그중 2003년 8월 12일 로드마켓 대표 북두신검(전지노)의 공지사항 '모든운영진직위해제!!!'가 눈을 사로잡았다. '모든 운영진을 전격교체하고 총 10개의 규정을 정해, 이에 위배되는 회원은 로드마켓 회원 박탈 및 강력한 의지로 추방 한다'는 내용이었다. 프리마켓과 희망시장이 지적한 문제점까지 포함된 규정을 보면 새롭게 변화를 시도하는 로드마켓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8월 16일(토) 희망갤러리에 가던 중, 만난 로드마켓의 모습은 규정을 지키고 있다고 보여 지진 않았다. 도대체 운영자의 단호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변화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로드마켓 운영자 북두신검은 이에 대해 ꡒ프리마켓이 참여인원을 150팀에서 100팀으로 인원을 제한하자, 올해 2~3월 거리로 많은 노점들이 나가게 되었는데 그것이 로드마켓의 발단이다. 그런 혼란스러운 상황에 기존 노점상을 하던 사람들이 참여하게 되면서 더욱 급속도로 시장 규모는 커져갔고, 운영진으로는 도저히 관리하기 어려운 무질서한 시장거리가 형성되었다. 이에 따라 민원이 발생되고 구청에서 단속을 하기 시작하자 일부 사람들의 논의를 거쳐 만들어 진 것이 로드마켓이다.(2003년 5월 23일) 현재 로드마켓이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고쳐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직 시작한지 3개월도 안된 로드마켓을 프리마켓, 희망시장과 비교 할 수는 없다. 프리마켓, 희망시장이 예술과 창작만을 주제로 하는 반면 로드마켓은 재활용된 창작품을 주제로 하기에 똑 같은 길을 갈순 없다. 한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회원 선정부터 원칙을 지켜나가며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ꡓ이라고 로드마켓의 시작과 운영 계획을 밝혔다. 홍대 앞 놀이터를 중심으로 시작된 예술시장문화의 정착을 위해서 로드마켓은 자신만의 정체성을 갖고 빠른 시간 안에 변모된 모습으로 자리하여야 할 것이다.


생활 속 미술로 자리하는 그날까지


매주 토요일엔 프리마켓의 110개 팀이, 매주 일요일엔 희망시장의 80개 팀이 홍익대학교 정문 앞 놀이터에 장을 펼친다. 홍대 앞 놀이터가 흔히 말하는 '목'이기에 그들이 이곳에 모인 것은 아니다. 희망시장이 말하듯 홍대 앞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물게 예술과 상업이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곳'이기에 그들이 이곳에 모여 새로운 문화의 가능성에 도전한 것이다. 현재 프리마켓과 희망시장은 참여비용으로 한 팀당 1만원씩을 받고 있다. 주말마다 맑은 날씨가 계속되고 모든 인원이 참여한다 할 때, 프리마켓은 440만원을 받게 된다. 매달 내는 사무실 월세와 관리비, 행사지원비를 제외하고 8명의 운영위원과 기획팀이 젊음을 바쳐 일할 만큼 가치 있는 금액일까? 그래도 잘된다는 악세사리류를 판매하는 작가도 한주동안 준비한 작품으로 10만원도 채 벌지 못한다. 그나마 악세사리류도 프리마켓과 희망시장이 상업적인 방향을 경계하여 판매 작가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매주 참여하며 즐거워하는 웃음의 의미는 무엇인가? 대한민국에서 40만원이 각종 적금도 들고 데이트까지 즐기며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금액인가?
정말 그렇게 믿는지 현재 구청은 두 단체를 놓고 '상업적인 노점이냐? 문화냐?'로 갈등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마포구청만의 문제라 할 수 없겠다. 갤러리 안에 걸린 작품만을 미술이라 여겨온 미술문화에 대한 거리감이 만든 현실이라 하겠다. 희망시장의 운영자인 윤영주(꽃단장)는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이 하나 있다고 말한다. 어린 아이들이 문화를 바르게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다고, 소꿉놀이에 자신이 그린 그림을 친구에게 100원에 팔고, 학예회 때 준비한 공연에 입장료로 손에 꼭 쥔 100원을 내고 들어가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다고 한다. 이런 교육을 접하면서 미술과 문화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접한 아이들은 자라면서도 생활 속에서 미술을 받아들임에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라난 아이들의 주변에 미술이 함께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현 세대처럼 배움의 과정에서 잠시 접했던 미술로 끝나고 말 것이다. 그렇기에 프리마켓과 희망시장이 지켜온 정신은 정착되고 확산되어야 한다. 늘 풍요한 미술이 우리 삶에 함께 하기 위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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