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note 541

진중권.

정보를 얻기 위해 도서관에 방문하여 논문과 언론, 관련서적을 찾아보던 불편한 시간이 있었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풍요와 함께 지식에 대한 갈증은 사라지고, 정보에 대한 검증 없는 지식의존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진중한 글읽기와 글쓰기는 사라지고, 하나의 화면만으로 정보의 진실을 파악하는. 글은 그림이 되었고, 세상은 깊이 있는 인간을 기피한다. 진중권. 대학시절 나에게 신뢰할 수 있는 지식을 준 존재였고, 사회 초년시절 내가 몸담았던 직장의 외부필자였다. 그의 말과 글이 모두 옳을 순 없고, 그의 말과 글이 모두 진실은 아니다. 하지만, 함부로 까내릴 그의 말과 글은 없다. 민폐가 아니라면 식어 버린 연탄재를 함부로 발로 찰 수 도 있지만, 진중권은 언제나 타오르는 연탄이다.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식..

blog/note 2020.01.02

시스템 경고.

가끔, 오래된 풍경에서, 오래된 장소에서, 오래된 물건에서, 오래된 작품에서 과거의 누군가가 보았을, 만졌을, 남겼을 시간을 떠올린다. 이 세상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존재의 이유는 뭘까? 조물주는 누가 만들었을까? 잠시 생각한 것만으로, 시스템에 과부하가 온 듯 다운되버릴 것 같은 위기감을 느낀다. 마치 금기된 호기심처럼. 또는 스스로의 제한된 성능에 한계를 느끼는. 항상 같은 의문을 갖고, 같은 단계에서 시스템 경고음은 울린다. 누가는 없다. 어떻게가 시작이다.

blog/note 2019.12.16

하라 HARA

구하라 (ク・ハラ) 1991. 1. 13. ~ 2019. 11. 24.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입한 팬클럽 KARA의 멤버다. 종영된 청춘불패를 통해 구하라의 인간적인 매력을 볼 수 있다. 무엇이든 열심히 했고, 무엇이든 잘했던 하라. 카라가 해체되면서 복잡한 심정에 두 번 다시 아이돌 그룹의 팬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즈원을 응원하면서 자연스레 카라에 대한 애증조차 사라졌다. 여러 가지 사건을 통해 마주하면서, 그토록 응원했던 팬들을 위해서라도 좀 더 잘 살아가 주길 바랬는데. 이제 기대도 응원도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구하라를 구하라... 단지 애써 기억하려 노력하지 않으면서 기억할 뿐. 슬프다는 느낌은 오지 않고, 답답하다 싶을 정도로 표현이 정리가 안되는 마음이 죄여온다. 언젠가 다..

blog/note 2019.11.24

무형문화 & 유형문화

어릴 때 한참 호기심이 많던 시절, 왜 한국에는 중국이나 일본과 같은 화려한 건축물이나 유형문화재가 없을까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중국은 동남아권 불교문화 다문화 민족의 문화융합의 결과, 일본은 섬나라 특유의 고인물의 숙성화라고 나름 결론을 내리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의 전통춤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중국(경극)과 일본(가부키)를 보면 흘러가듯 하나 정지됨(맺음)이 있고, (분명 무형문화이나 유형의 형상을 기록시키는 듯한 유형화된 무형문화) 한국의 춤은 흐름이 끊이지 않고 하나로 이어지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중국과 일본의 무형문화가 정원안의 풍경이라면, 한국의 무형문화는 흘러가는 강물과 같은. 이러한 생각을 가지면서, 중국과 일본은 유형문화가 발전하였고, 한국은 무형문화가 발전했기 때..

blog/note 2019.11.23